◈등산 예찬◈
언제부터인가 나는 취미란에 의미 없이 써 넣었던 등산이 확실한 취미가 되어 내 생활에 일부가 되어 버렸다. 토요일이면 땀을 흘리며 등산을 해야 그다음 주가 활기차고 새로운 의욕이 넘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나는 규칙적으로 산행을 즐긴다.
유명한 알피니스트가 왜 산에 가느냐는 질문에 "산이 거기에 있으니 오른다" 고 했다는데 명답인 것 같다. 처음에 친구를 따라서 관악산을 갔는데 그 친구는 아무런 힘도 들지 않는지 거뜬하게 저만치 가는 데 나는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숨이 턱에 차오르고 땀이 비 오듯 하는데 약간의 약도 오르고 도대체 나는 왜 남들은 하는데 못하나 하는 오기가 생겨 계속 따라나서다 보니 이젠 큰 산도 겁 없이 도전하게 되었다. 지리산, 소백산, 오대산, 설악산 등 유명한 산은 거의 섭렵을 하게 되었다.
설악산은 여러 번 올랐는데 1708M의 대청봉은 다리에 쥐가 나고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꾸준히 견뎌내며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다 보니 드디어 대청봉 정상에 올라 천하를 얻은 양 아래를 내려다보는 희열은 등산의 참 묘미가 아닌가 한다. 대청봉이라고 쓰여 있는 표지석에서 찍은 사진을 크게 빼서 걸어 놓고 그때의 희열을 되살리곤 한다.
하나님이 우주 만물을 창조하였다는 믿음이 생긴 후에는 산에 있는 온갖 나무와 꽃들, 지저귀는 이름 모를 새 소리 등 모든 것이 아름답고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 나무 사이로 윙윙 불어대는 바람 소리도 너무 정겹게 들린다. 물줄기가 세차게 내리는 폭포를 보니 "사나이는 왕자의 인품을 지녀라" 라고 노래한 이케다 다이사쿠의 폭포라는 시처럼 세차게, 한결같이, 두려움 없이, 쾌활하게, 당당하게 살라는 그 시가 실감이 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어느 분이 국보문학 카페 산악란에 산행의 육하원칙이란 그럴듯한 글이 올라와 열어 보니 산에는 언제 가나? 봄이 좋다, 가을은 더 좋다, 여름도 괜찮다, 겨울은 시리도록 좋다고 하였다. 정말 시리도록 좋은 겨울 산행을 한 추억이 떠오른다. 오대산 눈꽃산행을 갔을 때인데 마침 눈이 내려 온통 나무에 눈꽃이 장관을 이루었다.
탄성을 지르며 나는 이런 생뚱한 생각을 해 보았다. 스키장에서 인공눈을 만들어 뿌린다는데 과연 인간이 이 넓은 산에 이렇게 아름다운 눈꽃을 만들려면 그 비용이 과연 얼마나 들고 과연 인간이 할 수 있을까? 신의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순간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하는 찬송이 영혼으로부터 울려 나온다. 여름에 비를 맞으며 산행을 해보라. 이 넓은 산에 장대 같은 비를 뿌려 산천을 말끔하게 샤워시키는 손길에 부드러움을 느끼며 정상에 올라가 "위하여~!"를 할 즈음이면 꼭 물안개로 무대를 장식하여 "신선놀음이 따로 없군" 하는 독백을 토해 내게 한다. (중략)
의성 히포크라테스는 "사람이 고칠 수 없는 병은 산에 맡겨라." 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동물은 몸이 아프면 몸이 회복될 때까지 단식하고 깊은 산으로 숨어 들어가 스스로 치료를 한다고 한다. 사람도 암이나 난치병에 걸리면 히포크라테스의 이 말을 깊이 새겨 볼 일이다.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오랫동안 대화하며 인생 담론을 논하며 오르다 보면 친근한 사귐이 깊어진다. 사람을 사귀고 깊은 우정을 만들어 나가는데도 산은 참으로 좋은 장소다. 뭐니 뭐니 해도 돈이 최고라고 하지만 사람이 건강을 잃는다면 재물과 명예가 뭔 소용이란 말인가.
등산은 우리를 건강하게 해 주어 행복한 삶의 질을 높여주니 참 좋은 운동이며, 등산만 한 운동이 없다고 한다 . 골프도 좋지만, 오히려 돈만 쓰고 내기 골프라도 치면 스트레스받기 십상이다. 등산은 비용도 들지 않고 심폐기능을 튼튼히 할 뿐만 아니라 다리의 근력을 높임으로 힘을 돋운다. 무엇보다도 자연과의 교감을 통하여 호연지기의 마음이 되니 병마가 감히 둥지를 틀 좌판을 허락지 않게 되어 건강을 유지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산이 좋고 산을 오른다.
<<수필가 권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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